나를 찾아줘, 쿨걸도 굿걸도 아닌 에이미
데이빗 핀처 감독, 로자먼드 파이크, 벤 에플렉 주연
데이빗 핀처는 포스터와 같이 파이트 클럽, 소셜 네트워크 등 재미있는 영화를 많이 만든 감독입니다. 그의 신작에는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영화는 2014년 개봉 영화로 그 뒤 <거미줄에 걸린 소녀>와 같이 밀레니엄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도 제작한 모양입니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책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데이빗 핀처의 영화화도 궁금해지네요.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이 영화 역시 길리언 플린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원작도 한번 읽어본다는 게 잊고 있었네요. 영화만 봤을 땐 원작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주연배우는 로자먼드 파이크와 벤 에플렉입니다. 로자먼드 파이크도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데 <오만과 편견>에서의 우아하고 연약한 모습을 넘어서 강인하고 고집스러운 여자도 잘 표현합니다. 특히 금발의 전형적인 백인 미녀 느낌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더 반전으로 느껴지지요. 벤 에플렉은 언제나 놀랍도록 지질한 연기를 잘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또 새 장가를 가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sns인가에서 'it's me'로 보기 싫은 사생활이 노출된 적이 있지요. 본래 그런 성향인지 연기력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착한 여자 콤플렉스의 새로운 버전 쿨 걸
(아래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닉 던과 에이미 던은 완벽한 커플입니다. 닉은 작문을 가르치는 교수이고 에이미는 하버드 출신의 엘리트이자 유명 동화작가의 딸이며 동시에 동화캐릭터의 모델이기도 하지요. 닉은 고향에서 여동생과 작은 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결혼 5주년의 날, 갑자기 에이미가 실종됩니다. 집은 납치가 된 듯하게 엉망이 되어 있고 에이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경찰은 에이미를 찾기 위해 수사를 벌입니다. 에이미가 유명 동화 모델이었기 때문에 공개수사가 진행되면서 커뮤니티 전체가 그녀를 찾고 집회도 하는 등 일은 계속 커집니다.
그 과정에서 에이미가 준비한 편지와 일기가 발견되고 닉에게 살해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는 것, 임신 중이었다는 것 등이 드러나며 닉은 피해자에서 용의자로 입지가 바뀝니다. 특히 부부 사이에 경제력 문제로 불화가 있었던 것, 닉이 불륜 중이었던 것이 드러나며 닉은 더욱 불리해지지요.
닉이 정말 에이미를 죽인 게 아닐까 하고 의심이 극에 달할 때 즈음, 에이미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실종을 가장한 채 도주 중이지요. 그런 짓을 벌인 이유는 닉을 벌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에이미는 무척 지적이고 능력있으며 아름다운 여자가 성에도 개방적이고 남자들의 허튼짓도 쿨하게 허용하는 인기녀 '쿨걸'을 이야기합니다. 닉이 그녀에게 걸맞은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에이미는 애써 쿨걸이 되지요. 그러나 결혼 후 닉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사회의 낙오자가 됩니다. 회사에서 잘리고 낙향을 결심하며 에이미가 받을 유산을 몰래 써버리는 등 못난 모습을 보이지요. 고향에 돌아가는 것 역시 에이미에게 일방적인 통보였고 바 창업자금도 에이미의 돈이었지만 닉은 배은망덕하게 제자와 불륜까지 저지르며 이를 숨기는데도 실패합니다. 닉이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한 에이미는 닉에게 살인혐의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자살을 결심하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입니다.
자살 일자까지 잡아둔 에이미. 그러나 일은 사소한 것에서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신분을 숨기고 숨어있던 모텔에서 강도를 당하고 오갈 데 없이 된 에이미는 예전 남자친구(스토커)에게 연락을 하게 되는데 이 남자 친구는 역시 정신병자여서 에이미를 가둬두고 본인이 원하는 모습을 강요합니다. 이 남자에게도 진저리가 난 에이미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탈출하고 극적인 모습으로 집에 귀환합니다. 미디어는 에이미의 행색과 진술을 통해 스토커 구남자 친구가 그녀를 납치 감금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닉은 본인의 잘못을 숨기고 또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싶어 에이미와 다정한 부부의 역할을 계속합니다.
완벽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남자들
사실 에이미가 사이코패스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부부 관계가 틀어진 원인을 본인에게서 찾지 않고 상대방을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사기꾼으로 생각하지요. 그리고 이혼이라는 단순한 해결책이 있음에도 이혼녀의 타이틀이 싫어서인지 아니면 더 큰 복수심 때문인지 남편을 살인자로 만들 생각을 합니다. 이런 사람은 사실 세상에 거의 없겠지요.
그러나 같은 여자로서 닉의 찌질한 태도와 불륜행각은 정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특히 아내의 생사도 모르는 시점에서 띠동갑보다 더 어려 보이는 여제자를 집으로 부르는 태도는 경악스러웠습니다. 객관적 지표만 봐도 닉은 에이미에게 한없이 부족한 남자였으나 에이미는 색다른 그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이지요.
또한 에이미의 구남친 역시 스토커로 나와 거의 에이미의 남자 수난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도 제명대로 살다가지는 못했습니다만, 이쯤 되니 에이미의 남자 보는 눈이 의심스럽기도 하군요.
결말에서도 에이미는 미디어 인지도를 위한 야망을 드러내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닉은 영달을 추구하면서도 자기결정력은 부족한 찌질이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환장의 커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전이 있는 스릴러 영화
제가 재미있게 본 영화만 글을 작성하다보니 스릴러만 추천하게 되네요. 이 영화 역시 반전의 재미까지 담은 영화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빠른 전개의 영화이기 때문에 지루함은 전혀 느낄 수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제 경험 상 가장 설득력 있는 지적인 악녀가 나오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복합적인 여성 캐릭터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께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