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헤드, 모든 위대한 과학에는 어둠이 있는 법
조셉 코신스키 감독, 크리스 햄스워스, 마일즈 텔러 주연
넷플릭스 제작 영화 <스파이더헤드>를 감상했습니다. 감독은 <탑건 : 매버릭>으로 유명한 조셉 코신스키입니다. 탑건도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봤던 터라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배우도 토르로 유명한 크리스 햄스워스, 탑건에서의 인연이 이어진 듯한 마일즈 텔러가 나오지요. 여주인공으로 저니 스몰렛이 나오는데, <루>에서 보았던 반가운 얼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느낌의 배우인데 인기가 있는 걸까 싶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2번째 만남도 구면이라고 반가웠습니다.
이것은 감옥인가, 임상실험 병동인가
주인공 제프는 과거의 사고로 형을 받아 감옥에 갇혀있습니다. 하지만 이 감옥이 우리가 생각하는 감옥이 아니지요. 아름다운 바다 건너 섬에 위치한 이 곳은 스파이더헤드라 불리는 감옥 겸 연구소입니다. 이곳에 수감된 수감자들은 임상실험에 지원하여 선발된 사람들이며 그 대가로 자유로운 행동반경과 쾌적한 독실 등을 제공받습니다. 이 들은 등허리에 약물을 주입하는 기기를 매달고 있는데 이것을 통해 연구소에서 원하는 대로 이들에게 약물을 투여합니다.
연구소의 주임은 스티브 에버네시티 박사와 그의 보조 연구원입니다. 스티브는 과학자로 인류를 위해 혁신적인 약물을 개발하는 꿈을 꾸고 있지요. 특히 제프에게 주장하는 바는 '이 약물을 개발함으로써 너처럼 실수를 하게 될 또 다른 제프들을 구원하겠다. 너는 이 위대한 발명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입니다. 제프는 미심쩍지만 다른 도리가 없기에 협조합니다.
비록 대상은 수감자들이지만 임상실험은 그들의 동의 하에 이뤄집니다. 스티브가 약물을 넣어도 괜찮겠냐고 물으면 수감자가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이지요. 실험과정은 모두 녹화됩니다.
과학발전의 대의 뒤에 숨은 지독한 욕망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스티브와 연구원이 연구하는 약물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모두 숫자로 불립니다. 웃음을 유발하는 약, 극단적인 우울과 괴로움을 유발하는 약,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약 등이 있지요. 이 중 러브포션(40번)이 주요 실험대상이 됩니다. 이 약을 발명하고 스티브는 무척 기뻐하지요. 약을 투여하면 두 수감자는 무조건적인 사랑에 빠지고 격렬한 성관계까지 가지게 됩니다. 모든 것이 녹화되지요. 대상이 미남 미녀가 아닌 누가 봐도 좀 혐오스러운 외모의 대상이라도 이 약은 무조건적으로 작용합니다. 스티브는 제프를 대상으로 젊은 여성 수감자와 나이 든 여성 수감자를 테스트하고 두 번 다 성관계까지 하는 것으로 실험이 끝나지요.
한편 제프는 실험 외적으로 함께 생활하는 리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녀는 훌륭한 요리사인데다 쾌활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나지요.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누군가와 성관계를 하는 실험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제프는 수치심에 그녀와 멀어지려 합니다. 그리고 그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는데 왜 그가 애당초 감옥에 오게 되었냐는 부분입니다. 사실 제프는 음주운전으로 친구와 연인 두 명을 죽입니다. 과실치사 2명으로 감옥에 오게 된 것이지요. 그 때문에 그는 자신이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죄책감과 과거는 오직 스티브만 알고 있지요.
스티브는 제프를 불러 러브포션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며, 그와 성관계를 한 두 여성 중 누구에게 우울 약을 투여할지 고르라고 합니다. 이 약은 제프가 체험한 약 중 최악으로 자살까지 부르는 끔찍한 약입니다. 제프는 강력하게 거부하고 스티브는 위원회의 의지라며 선택을 강요합니다.
제프가 선택을 피하자 스티브는 젊은 여성 쪽만 실험에 투입해 강제로 약을 투여합니다. 그리고 제프의 심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물어보지요. 젊은 여성이 괴로워하자 제프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러던 중 여성이 격렬히 반응하며 약물 기기가 고장 나고 우울 약이 극단적인 양만큼 투여되고 맙니다. 여성은 자살을 하게 되지요. 실험은 난장판이 되고 스티브가 이를 막으려 자리를 뜬 사이 제프는 그의 다이어리를 보고 이 실험이 사적인 것임을 알게 됩니다. 알고 보니 위원회란 존재하지 않았고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스티브가 자신의 실험을 위해 연구소 및 수감소를 세우고 실험을 진행한 것입니다. 이제 자살처럼 보이는 살인까지 일어났으니 연구소는 문을 닫을 위기지요. 스티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짜 사랑에 빠진 리지와 제프를 데리고 실험을 계속합니다. 리지에게 우울 약을 투여하도록 제프를 강제하는 겁니다. 제프는 연구원을 설득해 이 모든 악행을 멈추자고 하고 연구원이 스티브의 약물을 바꿔 넣으면서 제프는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제프가 리지에게 투약을 거부하자 스티브는 리지의 과거를 폭로합니다. 그녀는 자기의 아기가 차에 있는 것을 잊고 출근을 해 죽이고 말았지요. 그리고 그 죄책감으로 끔찍함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프는 그럼에도 리지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스티브에게 우울약을 투여합니다.
그리고 밝혀진 진실은 이 모든 감정약이 사실 b-6라는 약을 실험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약물이 성공하면 빙고판을 채우며 스티브는 즐거움을 느꼈는데 그 빙고판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 6번이었지요. 6번은 모든 수감자에게 처음부터 투약되고 있는 것이었고, 목적은 '절대적인 복종'입니다. 스티브가 중간에 수감자와 관리자 사이에 서로 존중이 있어야만 이곳이 잘 운영된다고 강조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약물로 이미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겁니다. 6번의 최종 목적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도 죽일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제프는 이를 알아내고 스티브를 비난합니다. 스티브는 약물에 의해 복종하게 되면서 제프와 리지가 사실 이미 형기가 지났다는 것도 고백하지요. 그러나 이 약이 실패작인 이유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죽이도록 강제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스티브는 연구를 망치는 것이 그것이었기에 약물투여에도 불구하고 제프에게 대항합니다.
제프와 리지는 수용소를 탈출합니다. 탈출하는 과정이 꽤 유머러스하게 그려집니다. 스티브는 경비행기로 먼저 탈출하지만 약물 때문에 이미 제정신이 아닌지라 산으로 돌진하며 생을 마칩니다. 제프와 리지는 보트를 타고 섬을 떠나며 개운한 해피엔딩이 완성됩니다.
반전 있는 재미있는 영화
영화 중간쯤 제프와 리지가 왜 우리는 약물 투여를 거절하지 못할까 고민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고작 편안한 방과 음식을 위해서일까 하고 말이지요. 이 대목은 어쩐지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는 직장인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저 역시 직장인으로 불쾌와 불편을 급여라는 목적을 위해 참고 있지요. 뭔가 제 발 저린 순간이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약물 때문이었지만 직장인인 저는 맨 정신으로 그러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리고 모든 실험이 복종을 위한 설계였다는 것도 흥미로운 반전이었습니다. 인간을 무조건적으로 복종시켜 돌출 행동과 범죄를 막는다는 생각은 무척 무서운 것이지요. 물론 세상에 끔찍한 일들이 많고 그런 범죄들을 어떻게든 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인간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면 1984의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요?
중간에 성관계 장면들이 꽤 징그럽지만(실험실 쥐처럼 그려지니까요) 그 외엔 무난히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이니 성인만 관람하세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