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비밀의 해변에 얽힌 미스터리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주연
영화 <올드>는 2021년 8월 개봉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입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초기작 <식스 센스>로 많은 영화팬들에게 결말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한 감독입니다. <23 아이덴티티>에서는 다중인격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1970년 인도에서 출생하여 뉴욕대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1992년 영화 <분노를 위한 기도>의 연출로 데뷔하였고 2000년에는 엠파이어 어워즈 최우수 감독상과 새틀라이트 어워즈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본 감독의 영화는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 <싸인>, <빌리지>, <23 아이텐티티> 정도 입니다. 사실 지금이야 <식스 센스>가 반전영화의 고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개봉 당시에는 감독의 인지도도 낮았고 주연 브루스 윌리스의 화제성으로 홍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각본의 힘이 더 큰 영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말입니다.
그 후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정말 다양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영화화를 시도합니다. <언브레이커블>에서는 안티 히어로를, 싸인에서는 외계인을 다루지요. 특히나 싸인은 영화관에서 보았는데 은박지로 머리를 감은 멜 깁슨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1978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배우입니다. 헐리웃에서도 많은 활동을 한 배우로서 <수면의 과학>,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등의 영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앳된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배우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을 찾았는데요. '알렉스 울프'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아들 역으로 나옵니다. 이 배우는 <유전>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기에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미스터리한 해변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
이야기는 단란한 가족이 멋진 섬으로 휴가를 가며 시작됩니다. 이 가족은 부부 2인과 아들, 딸 총 4명인데 멋진 풍경의 휴양지임에도 아내의 질병과 부부의 불화가 불편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어 이혼을 원하고 남편은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요. 아이들은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로 해맑은 모습입니다.
리조트에서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던 가족은 리조트 측에서 프라이빗한 해변에서 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응하게 됩니다. 여러 가족들이 함께 어떤 해변으로 가게 되는데요.
그 해변에서는 아주 기이한 일들이 펼쳐집니다. 이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면 피해 주십시오.
해변에서는 신원 미상의 여자 시신이 발견되며 긴장이 고조됩니다. 아이들은 1시간도 안되어 청소년이 되고 노인은 심장마비로 죽습니다. 다친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어버리지요. 사람들은 시간이 급격히 빨리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탈출 하지 못하면 곧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임을 직감합니다. 들어왔던 입구로 탈출하려 하지만 출입구로 다가가면 참을 수 없는 고통 때문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갖가지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며 그 곳에 갇히게 된 이유를 찾게 됩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기저질환이 있다는 것이었지요.
청소년이 된 아이들이 임신과 출산까지 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다른 가족들의 구성원들이 죽거나 실종되고 주인공 가족의 부부도 노화로 사망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청소년이 된 남매 뿐입니다. 이들은 섬을 탈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중년이 되어 갑니다.
이들이 리조트에 있을 때 만난 또래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지역민으로 보이는 아이는 남매에게 그림편지 같은 것을 선물하는데요. 그 편지를 중년이 된 아이들이 발견하고 힌트를 해석해서 해변을 벗어나게 됩니다. 이 광경을 실험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었는데요. 사실 이 리조트는 신약 개발을 위한 인체실험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들은 질병에 따른 투약효과를 노화와 사망에 이를때까지 실험할 생각으로 그 해변에 실험체를 유인해 넣는 것이었습니다. 리조트로 돌아간 남매가 이 사실을 폭로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진보의 이름으로 실험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영화의 반전이라고 할 대목은 실험실이 등장하는 극 후반부입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초자연현상에 그치지 않고 그 현상으로 이득을 얻으려는 인간의 탐욕이 만든 인위적인 위험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니 말입니다.
사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체실험을 한 사례는 역사에 여러번 있었습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비인간적인 동물실험, 인체실험이 자행되기도 했고 동물에 대해서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지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해변이라는 설정 외에는 너무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들은 준비 없이 닥친 노화를 대책없이 맞이합니다.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지요.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며 종양도 저절로 작아집니다. 사실 노화라는 것은 누구나 준비없이 맞이하지요. 그것이 극도의 공포일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를 보면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포가 노화의 전부일까요? 주인공들은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나간 시간들을 후회하기도 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요. 주인공 부부의 죽음을 수용하고 화해하는 모습은 인간성의 성숙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놀라움과 생각할 거리를 던진 영화
저에게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초자연적인 공포물로 생각하셨다면 그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공포보다는 미스터리로 인한 스릴이 큽니다. 안보신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