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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어둡지만 어둡지 않은 판타지

꾸준슬로 2023. 1. 1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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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스 패밀리와의 관계성

넷플릭스 시리즈로 최근 개봉한 <웬즈데이>를 보았습니다.

아담스 패밀리의 스핀오프 시리즈로 팀 버튼 감독이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지요. 

원작 <아담스 패밀리>는 아담스 패밀리는 미국 만화가 찰스 아담스가 1930년대 뉴요커에 게재한 만화입니다. 이후 1964년~1966년에 코미디 드라마로, 1990년대에 영화로 제작되고 시트콤으로 제작되기도 한 유명 시리즈입니다. 
극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잡힌 캐릭터 설정은 가족 모두가 고딕에 심취하고 흑마술과 어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벌어지는 사건들을 블랙코미디의 형태로 다루고 있지요. <아담스 패밀리>가 흥할 때의 세대도 아니어서 저에게는 검은 드레스와 눈 밑 다크서클의 이미지로 어렴풋이 남아있습니다. 미국판 <안녕, 프란체스카>라고 할까요? 사실 <안녕, 프란체스카>가 훨씬 뒤에 제작된 작품이니 <아담스 패밀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겠습니다.

10대 소녀의 좌충우돌 성장기

드라마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일반인 학교에 다니는 웬즈데이와 동생 퍽슬리는 특이한 행색으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합니다. 웬즈데이는 참지 않는 성격이어서 동생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지요. 그 덕에 또 전학을 가야 할 위기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이에 엄마 모티시아는 본인의 모교이자 특수학교인 네버모어 아카데미로 웬즈데이를 전학시킵니다. 전혀 끌리지 않는 웬즈데이는 시종일관 즐거움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학교는 별종학교로 불리는 특별한 학교이지요. 룸메이트인 이니드는 귀여운 늑대인간이지만 아직 각성을 못해 가족 내에서 안타깝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니드는 진정한 외향형 인간이어서 웬즈데이의 뚱한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친구가 되어 줍니다. 웬즈데이는 원래 친구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침묵을 사랑하지요.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띵'이라고 불리는 손뿐입니다. 띵은 눈 코 입도 없지만 스파이도 잘하고 센스도 뛰어난 반려생물?입니다. 너무 사회성이 없는 웬즈데이를 대신해 가끔씩은 메시지도 전달해주는 녀석입니다.

탈출이 시급한 지루한 학교생활 중 한 줄기 빛이 드리워집니다. 근처에서 괴물이 나타나 사람을 죽이는 것입니다. 웬즈데이는 직접 그 생물을 목격하고 정체를 밝히려 합니다. 근방의 경찰관은 네버모어 아카데미를 의심하며 그 안에 범인이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웬즈데이는 우연히 알게 된 타일러와 함께 범인 찾기에 나섭니다. 그 와중 학내에 은밀한 모임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까마귀중회'라는 것으로 애드가 엘런 포도 그 회원이었다고 나오지요. 엄마 아빠도 까마귀중회 선대 멤버였음을 알게 된 웬즈데이는 까마귀중회에서 보관 중인 예언서에 본인이 언급됨을 알게 됩니다. 예언의 그림 속에서 그녀는 거의 파괴된 네버모어 아카데미에서 조세프 크랙스톤(지역 위인, 제리코 지역을 개척한 것으로 알려진 종교인)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를 본 중회 회원들은 웬즈데이가 네버모어를 파괴할 거라 믿고 막으려 합니다.

웬즈데이의 학교 멸망설과 괴물 출현의 두 가지 미스터리가 나란히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둘은 이어져있지요. 웬즈데이의 선조가 마녀였고 조세프 크랙스톤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는 것, 그리고 그는 알려진 것처럼 성자가 아니며 다시 부활해 네버모어 아카데미를 없애려 한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괴물의 정체는 꽤 의외입니다. 촉이 좋으신 분은 예측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웬즈데이를 둘러싼 두 청소년 남자의 다툼도 관람하는 재미입니다. 삼각관계는 항상 재미가 있지요. 마지막까지 전개하는 힘이 있어 저는 지루하지 않게 보았습니다.

 

해리포터와 비교하자면?

해리포터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아 해리포터 팬들이 싫어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청소년 판타지물이라는 점에선 비교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특히 카누 경기 장면은 퀴디치를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마법의 화려함과 스토리의 견고함 측면에선 압도적으로 해리포터가 우세합니다. 일단 네버모어 아카데미는 별종들(늑대인간, 형태변형자 등)을 모아놓은 곳이라 각자 타고난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모험 자체도 훨씬 단순합니다. 그건 시리즈의 길이가 짧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유머도 유치한 대목이 꽤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꽤 재밌게 보았네요.

 

특히 주인공 웬즈데이의 캐릭터가 마음에 듭니다. 그녀는 직언직설을 하는 성격이고 본인의 고집을 굽히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사건에도 휘말리고 남에게 상처도 곧잘 줍니다만 반성도 하지 않는 뚝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 고집의 결과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이렇게 뚝심 있는 여성 청소년 캐릭터가 많지 않다보니 보다 보면 정이 들고 애정이 생깁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고집스러운 여자들을 더 많이 만나야 할 필요가 있지요. 타협하지 않는 성향을 가진 여성이 사회에서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더 이야기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포용하고 챙기는 다정한 성향이 '여성'의 최고 미덕으로 생각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고집 센 여성은 고집 센 남성보다 더 많이 비난받습니다. 고집 센 남성은 어떤 경우엔 추진력으로 이해되기도 하지요. 그러니 웬즈데이의 추진력과 뚝심을 응원할 수 밖 에요. 그리고 이런 성향이 다양한 인간군상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지기를 기대합니다. 

 

판타지와 블랙코미디를 사랑하는 분들은 한번 쯤 보셔도 좋을 것

 

이번 포스팅은 스토리를 거의 적지 않았습니다. 드라마다 보니 세세한 에피소드가 많기도 하고요. 흥미가 생기신다면 주말에 한번 정주행 하시길 추천합니다. 콘셉트, 유치함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는 분들은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고집 센 여성 청소년의 뚝심을 보고 싶다면 꼭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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